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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행자가 오지 않았어요!
  • 편집국
  • 등록 2024-01-04 07:56:03
  • 수정 2024-01-04 08: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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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방송은 계속 되어야 한다.

아나운서 숙직을 하던 1986년 어느 겨울날!

새벽 4시를 알리는 자명종 소리가 크게 울린다.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급하게 세수를 하고 물을 한 잔 마시며 방송 준비를 시작한다. 


5시 방송 시작을 알리는 방송을 하러 방송실로 가 

잔기침을 여러 번 하고, 아침 첫 방송을 멋있게 시작한다.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여기는 대한민국 청주에서 방송해드리는....


엔지니어 선배가, 잘 나갔다는 사인을 밖에서 보내준다.


좀 여유가 있다.

다음 방송은 아침 7시 아침종합뉴스.

이때만 해도 숙직자가 뉴스를 하고, 맡은 방송도 해야 했다.

서울에서 8분 정도 하고, 뒤 7분을 지역방송사가 채운다.


7시 시보가 울리는 순간, 옆 FM 방송실에서 일이 터졌다.

FM 대행진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동료 아나운서가 오지 않았다.

서울 방송을 그대로 받으면 방송사고다.


삽화=이석인

숨 막히는 순간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사고를 막아야 해서

무조건 FM 주조로 뛰어갔다.



시그널 음악을 돌려요, 선배님!

숨을 돌리며,

짱짱짱... “안녕하세요, FM대행진을 진행할 최남식입니다. 

오늘 아침에 000가 급한 사정이 생겨서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원고가 없으니 짧게 애드리브로 시작했다


“오늘 첫 곡은 분위기를 바꾸는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갖고 온 음반이 격에 맞지 않는 고전음악이었다.)


12분짜리 음악이었다.(사고 났을 때 내보내는 예비 음악임)

듣도 보도 못한 음악을 혀를 굴려 소개하고, 한숨을 돌리며 

뉴스를 하러 AM으로 오려는데, 음악이 이게 아니다.

완전히 슬픈 일이 있을 때 쓰는 00곡 기분이 아닌가!

다음 곡은 소개 없이 이어서 듣기로!

겹치는 방법으로 중간에 다른 곡으로 틀었다. 


계속 음악이 나가는 동안, 긴박하게 뉴스를 마치고

푸른신호등을 시작한다.

첫 곡이 ‘청바지 아가씨’

경쾌하게 울린다.

다시 다른 방송실로 순간 이동?


여유 있게 찾은 다음 곡은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 곡도 알만하다.

피 말리는 20여 분이 지나고 다시 AM 방송실로 왔을 때

저쪽에서 환한 미소가 보인다.

22분 늦게 진행자가 온 것이다.


삽화=이석인

마주 보고 보내는, 말 없는 표정은 이해했다는 뜻!

그리고 고맙다는 의미!

경위서는 냈지만 큰 징계는 없었다.

모두의 공이다.

심한 감기가 원인(!?)

그대로 믿었다.

보이지 않는 사고 후에, 앞으로 1시간 전까지 오기로 서약!

지켜졌다.

방송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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