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라과이와 8천억 경전철 사업 무산
(주요뉴스) 윤현수 기자 = 파라과이 정부가 한국 공공·민간기업들로 구성된 '팀코리아'(Team Korea)와 진행하던 8천억 원 규모의 아순시온 경전철 사업 협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측이 수년 동안 공들여 추진해온 대규모 사업이 무산되었다. 파라과이 측은 한국 측과의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파라과이철도공사(FEPASA)의 파쿤도 살리나르 사장은 6일(현지시간) 협상 종료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한국과 진행하던 논의는 최종적으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라과이 정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해 자국 기업들과 함께 100%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순시온 경전철 사업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교외 으빠까라이를 연결하는 45㎞ 구간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약 5억7천500만 달러(한화 약 8천억 원)로 책정되어, 파라과이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국가철도공단, 현대엔지니어링, 계룡건설, LS일렉트릭, 현대로템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이 프로젝트를 민관합동투자사업(PPP) 형태로 수주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 2021년 국토교통부는 파라과이 공공사업통신부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2023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파라과이를 방문한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이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파라과이 국회는 같은 해 12월 관련 특별법을 가결 통과시키며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 측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며, 건설 구간 조정과 비용 상승 요소를 반영한 재구조화 제안서를 6월 말 파라과이 측에 전달했다. 이 제안서에서 한국 측은 경전철 건설 구간의 일부만 담당하고 토목 공사는 50% 자금 조달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살리나르 파라과이철도공사 사장은 "애초 한국 컨소시엄은 건설, 토목, 기술지원, 운영, 유지보수를 모두 담당하기로 했으나, 최근 제시된 재구조화 제안에서는 일부 구간만 맡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파라과이 측은 기술적 효율성과 재정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결국 협상이 불발되었다.
협상 종료에도 양국 관계는 유지
파라과이철도공사는 한국 측과의 협상이 종료되었지만, 협상 과정은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며, 양국 간 외교적 우호 관계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리나르 사장은 "동맹국인 한국과의 외교적 관계는 이번 협상 종료와 무관하게 문제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아순시온 경전철 사업 협상이 무산되면서 한국이 추진해 온 최초의 철도 시스템 패키지 수출이 무산되었다. 국토교통부는 이전 보도자료에서 아순시온 경전철 수주가 성사될 경우 한국의 철도 시스템, 신호체계, 철도 운영 기술 등을 한꺼번에 수출하는 역사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 측은 파라과이 정부와의 협상 종료 후에도 다른 해외 인프라 사업에서의 기회를 모색하며, 이번 협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한 교훈을 삼을 계획이다. shuaigehyuns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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