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뉴스 이석인 기자] 커져가는 불신...70대 부상자 이송 거부 끝 사망
의료 현장의 혼선이 계속되는 가운데 충북 충주에서는 넘어진 전신주에 깔린 70대가 병원 3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결국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5시 11분께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한 주민이 몰던 트랙터에 들이받힌 전신주가 넘어지며 70대 A씨를 덮쳤다.
구급대는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으로 이송을 시도했으나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요청이 거부돼 그는 시내 모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다.
하지만 이 병원도 외과 의료진이 부족해 추가 수술을 할 수 없었고, 원주 연대 세브란스기독병원 또한 수술 환자가 대기 중이라는 이유로 전원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이튿날 오전 1시 50분께 약 100㎞ 떨어진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고 9시간여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다른 지역의 주요 병원도 수술실과 입원 병상 가동률이 크게 줄어들면서 환자들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전체 의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공의 148명이 근무를 이탈한 가운데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평소에 비해 약 50%, 병상 가동률은 40%대로 뚝 떨어졌다.
경남 진주경상국립대 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평소보다 21% 감소했고, 수술 건수도 17% 줄었다.
경남 소재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창원병원은 현재 입원 환자 수가 감소해 1개 병동을 탄력적으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지난달 중순부터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 중이며, 인천 상급종합병원 3곳 또한 전공의 집단 이탈 초기 80%대였던 병상 가동률이 57%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주대병원은 2월 말부터 수술실을 12개에서 8개로 줄이고 내과 중환자실 입원 병상을 20개에서 8개로 축소해 운영 중이다.
환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각 병원의 경영난도 심화하는 상황이다.
전북대병원은 지난달부터 간호사 등 병원 일부 직원이 무급휴가에 들어갔고,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
병상은 파업 전의 70%만 운영 중이고, 전체 수술실 21개 중 7∼8개만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측은 의료계 집단행동 이후 매일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대병원은 이번 사태로 일일 수익이 3억여원 감소했고, 이달부터는 매월 90억여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며 비상 경영에 들어간 상태이다.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홍보·광고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 이석인 기자. atb25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