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는 정말 차이가 큰 환경에서 했던 프로야구 초기 중계방송 이야기이다.

중계석은 칸막이만 있는 정도고 각종 자료는 대부분 팩스로 받거나 직접 찾아봐야 한다.

투수와 타자 관련 기록은 날마다 기록했고 

기록지는 기본을 응용해서 편하게 준비해 인쇄했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할 때는 긴장하면서도 항상 즐겁다.

현장에는 최소, 시작 3시간 전에 나가 준비를 한다.

각 팀의 준비 상황, 선수들 연습 장면, 각종 기록 등을 경기장에서 확인하기 위함이다.

준비할 자료가 많고, 경기 시간이 무척 긴 종목이 야구다.

보통 3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삽화=이석인

야구 캐스터 경력 3년째!

일요일 오후 2시에 빙그레 이글즈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7차전 청주 경기를 

라디오로 중계방송하는 날이다.

여전히 더운 날씨다.

중계석에 앉아 30분 전에 준비를 끝냈다.

홈 구단의 도우미가 시원한 음료수를 계속 배달한다.

쌓인 것만 몇 개, 종류도 다양하다. 

그래도 시원하게 마시지를 못한다.(이유는 뒤에...)

중계방송 전에 마이크 시험까지 끝내고

꼭 해야 할 일이 화장실 가기다.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

그러나 그날은 관중이 중계석 문 앞까지 막고 있어서 일을 보지 못했다.

‘설마 3시간쯤이야’

드디어 2시! 시작 음악이 울리고 마이크가 넘어온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청주야구장입니다.

지금부터...

오늘 해설에...

홈런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7회 초가 시작됐다.

이날도 대단히 더운 날이어서 더위를 거의 타지 않는 나도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초가 끝나고 7회 말 빙그레의 공격!

급한 상황이 걱정돼서 도우미가 준 음료수도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아랫배가 불러온다.

그리고 긴장이 더해 간다.

힘을 다해 참고 있지만 급한 상황 일보 직전!

다리를 꼬고 몸을 비틀면서 중계방송을 이어간다.

왜 그렇게 1회의 공격 시간이 긴가?

20분 정도면 끝나는데 40분이 지나도 1사에, 주자는 1.2루

아직도 멀었다.

중계에 심취해 그런대로 버티는데, 끝이 안 보인다.

그 후에 2점을 추가하고 공.수를 교대하는데

남은 시간은 1분!

중간 광고 시간이다.

20초짜리 3개이다.

 ........여기는 청주야구장입니다.

광고로 넘어가자 바로 문을 열고 뛴다.

“죄송합니다. 부탁합니다. 급해서요”

다행히 따뜻한 배려로 5초 만에 중계석 아래 화장실 도착.

일보는 시간 20초!

급한 순간만 지나면 멈추고 돌아와야 한다.

그것도 훈련이다.

좀 편안한 표정으로 다시 급하게 계단을 오르는데, 

웃으시며 공간을 만들어 주신다.

다시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아직 5초 전이다.

8회부터는 여유를 담아 현장을 소개한다.

지금까지 청주문화방송에서 ....를 중계방송해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는 청주야구장입니다.

긴장과 열광 속에서 그날의 중계방송은 그렇게 끝났다.

구석에 있는 음료수를 편안하게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