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입사 후 5개월
고된 훈련과 선배와의 합동 근무 후에 휴일 정규 근무에 들어갔다.
드디어 오늘 라디오 뉴스에 투입되는 날이다.
대개 신입은 휴일 오후 뉴스를 시킨다.
3시와 5시, 두 번이다.
입사해서 강훈련 뒤에 얻는 자기 방송의 기쁨은 그 어느 것과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날마다, MBC(하프 콜사인)와 지금 시각은 0시 0분입니다(시각 고지)를
반복하다가, 5분 뉴스에 이름(네임 사인)까지 나가니 얼마나 설레겠는가!
미리 받은 뉴스 원고를 수십 번 읽어 외우다시피 하고 마이크 앞에 앉지만
긴장은 계속되고, 호흡 불안정을 스스로가 느낀다.
드디어 떨리지만, 심호흡을 하며 기다린 방송을 시작한다.
...땡...
mbc 3시 뉴스입니다.
충청북도는...
최남식이었습니다.
mbc 3시 뉴스를 마칩니다.
지금 시각은 3시 5분입니다.
잘 전하고 나왔다.
입봉(첫 방송)을 했다고 선배들에게 차도 한 잔씩 샀다.
정말로 날아갈 것 같았다.
한참 꿈에 그리던 방송을 하고 마음이 하늘을 날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 한 분이 " 어이, 최 아나(아나운서의 약칭) 수고 했어.
자, 방금 삶은 강원도 찰옥수수야, 많이 먹고 다음 뉴스는 더 잘해"
감사하다고 인사 하고 기분 좋게 옥수수를 두 자루 먹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여러분도 다 아는 것처럼, 옥수수는 한 번에 잘 넘기지 못하면
목에 걸리기도 한다. 물을 마시고, 침을 삼켜도 그 자리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간질간질하다 목구멍이.
헛기침을 하면 좀 나아지는 것 같지만 그게 불안의 시작이다.
웃으며 먹고 걱정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오후 4시 40분.
5시, 5분 뉴스가 20분 남았다.
연습도 충분하게 했다.
간질거리는 불안한 목 상태로
뉴스 원고를 갖고 방송실에 들어가 앉았다.
그런데 심상치 않다
자꾸 헛기침이 나온다. 그것도 쉰 목소리로!(옥수수 가루가 목에 걸려서)
...음...음....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진땀이 나고 눈이 커진다.
드디어 ...땡...
mbc 5시 뉴스입니다.
5월의 2번째 휴일인 오늘, ...많은 시...민들...이 (목소리가 안 나온다.)
그래도 배운 것은 있어서 소리를 끊어 주는 기계를 누르고 기침을 했다.
그래도 변화가 거의 없다.
농촌에서는 농민...들..이...바쁜 일손...을....
소리가 잘 나오지 않고 무척 거칠었다.
이것은 아나운서가 진행한 뉴스가 아니었다.
보통 5분 뉴스에 원고 20장 이상을 읽는데
이날은 12장도 읽지 못했다.
방송실 안팎의 분위기가 어땠겠는가?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이렇게 뉴스를 한 뒤에 정말 편하지 않았다.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겁나는 것은 모니터 평가였다.(방송평가 보고서다.)
월요일 아침에 나온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에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고
모니터 보고서에도 나오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들은 직원이 없었는지, 아니면 신입 아나운서의 첫 뉴스라 지적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한숨 돌린 그 뒤부터 실천하는 게 더 늘었다.
방송이 다 끝나기 전에는 옥수수뿐만 아니라
율무차, 초콜릿, 사탕, 과자, 미숫가루 등은 먹지 않는다.
건더기가 있는 주스도 마시지 않는다.
물만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