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의 노래 공포 2000.06.21
오후 3시 5분.
FM 107.1Mhz 청주문화방송 라디오의 ‘즐거운 오후3시’
즐겁고 신나는 노래자랑 시간이다.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다.
오늘도 출연자들의 노래는 400만 청취자들의 기분을 돋운다.
제대로 흥을 실은 멋진 주부의 발랄한 노래가 끝나고
35분쯤, 마지막 노래 손님의 전화가 연결된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네, 조치원 역 화장실에서 준비하고 있는, 김 아무개입니다.”
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진행한다.
“무슨 노래를 하시겠습니까?”
큰소리로 "남행열차요"
“왜 화장실에서 전화하십니까?”
“네, 노래하려고 신청했는데, 적당한 장소가 없어서요.
기숙사 가는 거든요. 겹쳤어요. 여기가 전화가 가장 잘 터져요. 소리 괜찮죠?”
기숙사 들어가는 대학생이란다.
신청한 분의 서두름에 반주가 나간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1절이 끝나갈 무렵 안내방송이 크게 들린다.
00행 열차를 이용할 분은 안전하게 나가셔서....
노래에 몰입한 열차 손님, 안내가 들릴 리 없다.
계속되는 열창.
결국 "땡"할 수밖에.
가수 왈 "내가 왜 땡이에요?“
“ 00 씨, 노래는 잘했는데요, 기차 떠나요, 얼른 가 타셔야죠”
“네, 고맙습니다. 안녕”
인사말도 못 하고 화장실 문을 열고 뛰어가는 소리가 효과음!
그 효과 뒤에 잠시 들려오는 손님들의 한바탕 웃음과 응원하는 소리!
그 손님이 탄 열차가 남행열차?
땡은 했지만 노래는 잘 불러서
최고 인기상 차지!
그 열차를 타서 기숙사에 시간 맞춰 들어갔는지∼
꿈이 큰 여학생 정말 고마워요!
지금 가수가 됐을까?
팬클럽에 가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