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청주mbc 정오뉴스입니다.(지금은 MBC충북)
충청북도는 .... ∼엥...에에엥...윙∼
중요한 뉴스를 읽는데 파리가 소음 공해를 일으킨다.
방송실의 문을 열어 놓은 사이에 왕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먼저 마이크 시험을 했나 보다.
마이크 위에 앉아 있던 그가 천천히 움직여 날개를 떨며 소리를 낸다.
날아다니며 내는 파리 소리가 400만 청취자의 귀를 따갑게 하고
차분한 나의 목소리에도 힘이 가게 한다.
오른손으로 원고를 잡고, 왼손은 휘두르며 쫓고 있지만
왕파리는 마이크가 좋은지 주변에서 맴돈다.
10분 뉴스에서 아직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계속 돌며 소리를 낸다.
파리 눈치를 살피니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더듬지 않고 소리에 윤기를 더해 전달하는 게, 아나운서의 기본 생명!
눈과 귀, 손이 따로따로 움직이면서도 소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잠시 소리를 끊는 커프박스(Cough&Pot Box,소리를 차단하는 장비:기침이 나올 때 누르면 소리 차단)를 누르고 크게 손짓을 했지만 다시 마이크 주위를 돈다.
그래도 손으로 쫓으면 좀 멀리 갔다 오니, 최선은 다한 셈이다.
앞에서 소리를 조정하며 시간을 재는 엔지니어는 좀 당황하면서도 계속 웃는다.
땀이 나고 화도 나는 시간 9분!
뉴스를 끝내고 이름을 말할 때, 맥이 풀린다.
한숨 돌리고 바로 왕파리 잡으러 일어섰다.
얼마나 긴장하게 만들었던지, 반드시 갚아야 한다.
옆에 있던 신문지를 둘둘 말아서 세차게 내리치니 바로 구석에 떨어진다.
공격 개시 2초 만이다.
그사이 광고가 이어지고 로고송으로 마무리 된다.
CM과 로고송이 승리를 축하하는 음악처럼 들린다.
파리 한 마리가 9분을, 90분으로 만들었다.
그 후 방송실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파리나 모기 등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물론 모기약과 파리채가 항상 놓여 있다.